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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학

[음악학]세계음악, 음악에 장소가 있는가?

음악에 장소가 있는가?

 

  장소는 우리가 음악을 경험하고 생산하는 방식에 영향을 주는가? 음향적, 생태적, 사회적 환경이 우리가 음악을 만드는 방시고가 어느 정도 개연성이 있는가? 환경은 어느 정도 영향이 있으며, 우리는 어느 정도로 환경과 맞물려 있는가? 우리는 주변에 있는 소리를 의미 있는 영혼이나 조상의 목소리로 인식하는가? 그리고 그 소리는 우리를 잘 살게 해주는 힘과 우리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가? 아니면 그것을 성가신 배경 소음, 즉 소음 공해로 듣는가?

  우선 스티븐 펠드가 파푸아뉴기니에서 수행한 사례 연구를 살펴보자. 이 연구는 그곳 칼루리족의 음악과 그 지역의 열대우림 환경 사이에 밀접하게 연결되는 특징이 매우 많다는 것을 보여준다. 열대 우림에서 끊임없이 들리는 벌레, 새, 흐르는 물 등의 웅웅거리는 소리가 칼루리족이 노래하는 방식에 반영되어 있다. 두 사람이 노래할 때 두 번째 성부는 첫 번째 성부와 가사와 선율이 같지만 동시에 노래하지 않고 그림자처럼 첫 번째 성부를 따라 노래한다. 열대우림의 소리들과 똑같이 두 소리가 오버랩 된다. 칼루리족은 이렇게 상호작용하는 음악 양식을 '두리구 가나란'(소리 위에서 끌어올리기)이라고 부르는데, 펠드는 이것이 '서양'의 '화성'이 그러하듯 칼루리 음악 미학의 결정적 요소라고 주장했다. 또한 그는 북치기와 노래 부르는 방식에 어떻게 특정한 종의 새소리의 요소가 들어 있는지 설명했다. 이것은 음악 연주에서 격력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데, 이유는 인간이 죽은 후에 그 혼령이 숲의 새로리로 나타난다고 믿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새의 울음을 듣는 것은 조상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다. 세상을 떠난 어린이들과 관련이 있는 특정 종의 새도 있다. 장소는 노래의 구조에서도 아주 중요하다. 헤얄로 노래를 보면, 후렴('모':나무의 몸통이란 뜻)은 그 지역의 전형적인 새소리를 떠올리게 하며, 절('던':나무 가지라는 뜻)은 익숙한 고향을 떠난 후의 여정을 서술하는데, 상실이나 버림받은 느낌을 일으킨다. 즉 칼루리 음악의 미학과 구조와 정서적 힘은 결정적으로 중요하게 장소와 연결되어 있다.

  두 번째 사례 연구를 위해 끊임없이 윙윙거리는 소리가 나는 열대우림을 떠나 볼리비아 안데스 산맥의 카란키라 고원지대의(4100m) 시골 마을로 가보자. 이곳에서 받는 음ㅇ향적 충격은 바로 침묵이다. 우리는 환경 결정론을 주의해야 하지만, 이곳 시골의 농부들과 목양자들의 귀에 거슬릴 정도로 시끄럽고 힘찬 음악은 나무 하나 없이 완전히 열려있는 이곳 풍경의 침묵을 보상하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주로 여성이 높은 음역대로 노래를 하고, 팬파이프와 리코더 같은 플루트를 세게 불어서 노래보다 높은 화음을 넣고, 종종 여기에 금속현으로 된 기타가 합세를 해서 볼륨을 증가시키낟. 연주에서 악기, 장르, 튜닝을 바꾸면 다른 성격의 감정을 일으키게 되는데, 카란키라에서는 일 년 주기로 농사 일정에 맞추어 이러한 변화를 준다. 근처에 아무도 듣는 사람이 없는데도 라마스와 양의 생식력을 높이기 위해 목동들이 축제 기간에 동물농장의 울타리에서 동물들을 위해 플루트나 팬파이프를 연주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사람들은 목축과 감자 농사의 풍작을 위해 대지의 영혼을 '위로'하고 '기쁨'을 주기 위한 연주를 한다고 설명한다. 이와 같이 음악을 구성하고 이해하는 방식이 어떤 지역과 옆의 지역에서 다르게 나타나는 것은 그것이 특정 환경, 역사, 생활 방식, 장소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둘의 사례 연구에서 특정한 장소는 음악을 이해하는 데 절대적으로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그 장소에 대해 같은 느낌을 공유하지 않는 외부인들도 이 다양한 음악의 감상을 즐길 수 있고 연주를 해볼 수도 있다. 하지만 짐작컨대 그 음악의 경험과 그것이 불러일으키는 느낌은 아주 다를 것이다. 모든 사람에게 음악 경험과 장소와의 연결은 그것이 어떠한 형태이든지 간에 결정적이라고 말할 수는 없을지 몰라도 중요한 것은 분명하다. 나이트클럽, 거리 행진, 교회, 공항 터미널, 아니면 집에 있는 것이 어떻게 여러분의 음악 경험, 즉 감정적 영향과 의미에 영향을 미치는가? 이들 장소에서 듣는 모든 음악이 똑같이 효과적이며, 또는 '집에 있는 것 처럼'편할까? 보다 도시적인 환경이 음악적 선호와 창소정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전자적으로 만든 반복적인 비트로 이루어진 음악이 온통 기계들과 자동차들로 둘러싸인 현대 도시 환경에서 생산되는 것이 단지 우연인가? 이것을 단순히 인과관계로 논하는 것은 터무니없이 순진한 일이지만 음향 생태학적 측면을 전적으로 무시하는것도 현명하지는 않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