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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학

[음악학]세계음악, 세계 음악의 지도를 만들 수 있는가?

세계 음악의 지도를 만들 수 있는가?

 

  만약 음악이 장소와 그렇게 긴밀하게 연결되었다면, 세계음악의 지도를 만드는 것이 가능할까? 세계는 정말 음악 지구본을 만들 수 있을 정도로 전형적인 특징을 가진 음악들의 지역으로 이루어지는가? 대체로 세계의 음악들은 이러한 방식으로 연구되었고 여전히 계속해서 그렇게 연구되고 있다. 따라서 대부분의 CD 상점의 월드뮤직 섹션의 음반들은 관습적으로, 다른 장르들의 작곡가나 연주자별로 분류되는 것과 달리, 지중해, 중동, 아프리카 등 나라나 지역에 따라서 분류된다. 물론 인터넷 상점들도 마찬가지로 이 범주로 검색 옵션을 제공한다. 하지만 이러한 접근에 문제는 없는가? 우리는 정말로 특정 문화 집단과 연결되어, 전형적인 특징을 가진 별개의 고정된 음악들의 지역이 존재한다고 말할 수 있는가?

  엔서니 시거가 연구한 브라질 아마존의 수야족은 한 부족이 음악자원을 다른 부족들로부터 차용하는 방식에 관한 재미있는(특별히 예외적인 것은 아니지만) 예가 될 수 있다. 그들의 노래 중에서 어떤 것들은 꿀벌, 식물, 새, 물고기 등으로부터 영감을 받아 수야족 사이에서 나왔다고 생각되지만, 다른 어떤 것들은 옆의 부족들에게서 빌려왔다는 주장이 있따. 그런데 바로 음악이 다른 부족들과 관계가 있다는 그 사실이 그 음악에 독특한 힘을 준다. 그 음악의 창조자라고 여겨지는 사람들이 그것이 여전히 자기들 것이라고 주장한다고 해도 수야 사람들이 그것을 노래하고 있다면 그것은 별개의 문제다. 다시 말해 심지어 이렇게 지역적인 차원에서조차 음악이 주변의 생태와 연결되어 있는데, 음악을 장소에 고정시켜서 지도로 표시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심지어 대규모의 음악적 상호교환, 이주, 오늘날의 수많은 사람들의 디아스포라와 다문화 공동체를 고려한다면 음악을 지도로 고정시킨다는 개념은 훨씬 더 복잡해지고 문제가 많아진다.

  네덜란드에 사는 유명한 수리남인 북연주가는 이것에 딱 들어맞는 예이다. 남아메리카 캐리비안 해변에 위치한 수리남이라는 나라는 과거에 네덜란드의 식민지였다. 그런데 수리남은 1667년 뉴암스테르담(현재의 뉴욕)의 네덜란드인 정착지와 교환되기 이전까지 영국의 지배에 있었다. 그리고 수니남은 네덜란드인에게 사탕수수 생산지로서 가치가 있었기 때문에 그 농장에서 일을 시키기 위해 아프리카로부터 많은 노예들을 배에 실어 왔다. 그곳에서 탈출한 몇몇 노예들이 강을 건너 멀리서 떨어진 곳에서 공동체를 형성했는데 그것이 바로 '마룬'(주인 없는 동물이라는 뜻)이라고 불리는 공동체이다. 이 공동체의 행사에는 드럼 음악이 연주되었다. 그것은 서아프리카에서 유래한 것이지만 새로운 요소와 스타일이 접목되어 발전했다. 1975년에 수리남이 네델란드로부터 독립을 얻었을 때 그 나라 인구의 50퍼센트가 네덜란드로의 이민을 선택했다. 유명 북연주가인 앙드레 모시스는 젊었을 때 수리남에서 폴리리듬의 '마룬' 북 양식을 배웠고, 영혼의 세계, 그리고 같이 공연하는 댄서들과 소통할 때 사용하는 전통적인 북 언어를 익혔따. 그는 마룬 전통을 유지하는 데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면서도 정기적으로 네덜란드와 수리남 학생들을 위해 아프리카 젬베를 배우는 북 워크숍을 개최하고 있다. 또한 가족과 동료 음악가들과 함께 연극을 할 때 그는 아프리카인 역할을 맡기도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그의 음악을 지도의 어디에 적을 것인가? 그의 음악의 위치를 1990년 이후로 그가 살고 있는 네덜란드로 잡을 것인가? 아니면 그가 분명히 아주 깊은 추억과 헌신의 감정을 느끼는 수리남인가? 그것도 아니면 그가 방문한 적도 없지만 그의 연주에서 상상으로 떠올리며 그의 음악의 뿌리라고 생각하고 있는 아프리카인가? 이러한 장소들 하나하나는 특정한 방식으로 그의 음악을 만들었지만, 그의 음악은 이들 중 어느 하나에 독점적으로 속하지 않음이 확실하다.

아메리카 원주민들이 새로운 노래를 익히는 법

 

  아메리카 대륙의 여러 지역에서 새로운 노래나 음악들은 변화를 가져온다거나 '어떤 일들이 일어나게 하는'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고 여기기 때문에 그것들을 습득하는 것은 전통적으로 자연의 소리와 밀접한 연관을 가지고 있었다. 미국 서부 몬타나 플랫헤드 지역에서는 이러한 노래들을 '비전 퀘스트'를 통해 습득했따. 비전 퀘스트란 며칠 동안을 숲 속에서 음식 없이 홀로 지내며 무아지경 같은 상태에 빠져 드는 것을 말한다. 이때 나오는 노래는 그 사람의 인생의 노래가 될 수도 있는데, 보통 특정 야생 동물 소리와 관련이 깊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작곡된 노래들, 이른바 '만들어진' 노래들은 단순히 여흥을 위해 작곡된 것들로 어떤 특별한 효과를 불러일으키는 능력은 부족하다.

  브라질 아마존의 수야족 역시 그들의 노래의 기원을 짐승, 꿀벌, 물고기, 새들, 풀과 식물 같이 자연세계의 특정한 영혼을 지닌 무리에서 찾는다. 이간은 질투심 많은 마녀의 공격을 받아 영혼이 육체를 떠난 자연의 동식물 중에서 어떤 것으로 환생해서 그들의 노래를 터득하게 된다. 질병이나 열, 경련 등으로 고통 받을 때'영혼이 없는 인간'들은 새나 꿀벌, 물고기처럼 어떤 효력을 가진 노래를 인간 세계에게 전수해 줄 수 있는 스승이 된다.

  볼리비아 안데스에서 우기에 주로 부르는 웨이누 라는 선율은 감자 재배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데, 이 노래들은 전통적으로 일종의 신호음인 시리누스로부터 수집된 것이다. 이 선율들은 폭포수나 야생의 공간, 그리고 지구 내부와 연결된 매혹적이고 위험한 영혼의 존재들이다. 전통적으로 이 새로운 선율은 매년 사육제 시즌이 시작되기 전 몇 주 동안 수집된다. 나이 많은 음악가들은 폭포수의 소리를 들으며 어떻게 이 소리들이 마치 꿈을 꾸듯이 그들의 머리 속에 입력되는지를 설명한다. 보다 최근에는 이 시리누스를 들을 수 있는 폭포를 방문하는 사람들이 줄어들어 상업적인 아티스트들이 해마다 새로운 카니발을 위한 웨이누들을 DVD와 카세트로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플루트 연주자들은 축제 기간에 연주하기 위해 이 음반들을 듣고 새로운 멜로디들을 배우기도 한다. 하지만 산업과 기술의 혁신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선율들이 본질적으로 시리누스에서 나왔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위의 세 가지 사례는 음악 창작과 자연 속에 존재하는 지식 및 권력 사이에 긴밀한 연관이 있음을 보여준다. 비록 어느 정도 테크놀로지가 이들의 매개자가 되긴 했어도 말이다. 이러한 몇몇 전통에서 보듯이, 특별한 효력을 지닌 음악은 인간의 창의성이나 천재성을 통해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기대어 살아온 자연 세계의 근원적인 힘과의 긴밀한 형이상학적인 관계에서 얻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