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입
음악이론은 일반화시킨 어떤 음악을 가지고 음악이 무엇인지 말하려고 한다. 그러나 너무나 많은 음악이 있고, 따라서 그만큼 많은 이론들이 존재한다. 이론은 어떤 음악을 염두에 두었는지에 따라, 누가 어디에서 그것을 염두에 두었는지에 따라, 무엇을 위한 것인지에 따라 다르다.
음악에서 가장 자주 이론의 대상이 되는 요소는 음높이(조율체계, 음정, 모드)와 리듬(시간의 단위와 궤도)이다. 이들에 대한 이론이 유럽과 아시아 도처에서 기원전 6세기부터 나왔다. 하지만 이러한 기본적인 요소들조차 일반화시켜 말하려면 항상 다른 현상을 참고하고 연관시켰다. 음높이에 대한 이론들은 수학적 비율(피타고라스에 기대면서 플라톤이 했던 것처럼), 자연과 신(전형적인 독일 낭만주의 사상처럼), 우주(특히 아랍 이론에서 자주 등장하는 요소)등 다양한 것들을 참고한다. 또한 음높이 이론들은 음높이를 내는 악기들의 도움을 받는다. 예를들어, 과거 아랍에서는 음높이 체계를 현악기인 우드의 프랫들과 연관시켜 이야기한다. 또한 음높이 이론은 종종 다른 체계들과 서로 맞물린다. 예를 들어 인도에서 예술 음악은 연극의 극작법, 몸의 제스처, 시, 운율 등과의 오랜 관계 속에서 이론화 된것이다.
이것이 말해주는 것은 추상적인 것처럼 보이는 이론이 사회의 산물이며, 사회적 변화와 그 변화의 패턴이 이론에 깊이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 3세기에 목이 짧은 페르시아 현악기 비파가 중국에 전해질 때 그것과 더불어 84개의 음악 모드를 설명하는 이론도 함께 들어갔다. 또한 음악 이론은 무엇보다 사회의 위계구조를 흡수하고 반영하는 경향이 있다. 중국 철학가 공자는 제대로 된 음악이란 토속적 음악에 반하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그것이 후자보다 도덕적으로 우수하다고 주장한 최초의 인물일 것이다. 중국은 이러한 구분을 수세기동안 유지했으므로 유교 전통에서 나온 이론들은 예술음악의 우위를 지속시키도록 도왔다. 이렇게 이론은 현대 유럽과 미국에서뿐 아니라 인도 예술음악에서도 예술음악과 대중음악의 분리의 정당성을 부여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지금까지 내가 쓴 도입부만 보아도 여러분은 이미 이론과 분석 사이의 관게 중의 하나는 알아냈을 것이다. 즉 하나의 이론이 만들어지려면 연구와 분석을 많이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분석은 이론이 만들어지려면 연구와 분석을 많이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분석은 이론이 형성되도록 돕는다. 하지만 이론이 언제나 지금 존재하는 음악을 단순히 대변하는 것은 아니다. 때로 이론은 더 이론적이고 사색적이어서 음악적 관습을 창조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찾는 영역까지 확장되곤 한다. 과거 아랍의 음높이 이론가들이 이 경우에 해당한다. 또한 이론이 실제 음악에 대한 설명을 제공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9세기 무지카 엔키리아디스는 어떻게 중세 오르가눔을 실제로 즉흥 연주하고 있는가에 관한 안내 책자였으며 CPE바흐도 어떻게 당시에 지속저음을 연주하는지에 관한 글 건반 악기 연주 기술에 관한 논고를 쓴 바 있다. 게다가 이론은 일련의 일반화된 규칙으로 간주되기 때문에 음악을 더 깊이 연구하는 기초가 될 수 있다. 즉 음악 연구는 다양한 일반적 규칙과 원칙이론에 근거를 두고 있다. 이론들중 일부는 음악 분석을 위해 사용되어 우리가 음악의 다양한 요소들을 분리하고, 이러한 요소들이 어떻게 협력하는지 고찰할 수 있도록 해준다.
이 단원은 서양 에술음악의 분석에 사용되는 이론들에 초점을 맞추었다. 비록 음악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 분석에 철학을 결합시키는 사람들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이론은 음악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많은 것을 알려주지 못한다. 그렇지만 이론은 음악작품이 무엇인지는 알게 해준다. 다르게 말해, 이론들은 매체를 통해 창된 특정 작품에 대해서는 관심을 갖지만 음악 전반에 대해서는 그만큼의 관심이 없다. 그 이유는, 한편으로 대부분의 이론들이 19세기에 평균율이라고 하는 조율 체계에서 표준화된 것이기 때문이며, 다른 한편으로 서양 예술음악 전통이 악보로 적힌 음악 작품을 중심으로 형성되었기 때문이며, 그리고 또 다른 한편으로 우리가 역사에 관심을 갖기 때문일 것이다. 서양 예술음악 전통에는 아주 많은 다른 음악들이 존재하므로 그들을 분석하기 위해서는 그 숫자만큼 다른 이론들이 존재한다.
분석과 작곡
학자들은 자신들의 분석을 정당화하기 위해 작곡가들의 작품이 얼마나 위대한지 입증하려고 노력한다. 예를 들어, 하인리히 쉔커의 이론은 분석을 통해서 음악의 장식적 측면을 철저하게 벗겨내고 음악을 지탱하는 기본적인 건축 구조를 드러낸다. 즉 그는 베토벤과 같은 작곡가들이 작품을 기본적이고 보편적인 구조에서 시작해서 계속 단계적으로 정교하게 만든 것으로 본다. 또 루돌프레티는 그가 모티브라고 부른, 작품의 집짓기 벽돌에 해당하는 작은 구성 요소에 흥미를 가졌다. 베토벤의 작품에서 하나 혹은 그 이상의 중요한 모티브를 규명하고, 어떻게 작품의 모든부분이 모티브의 변환으로 채워지는가를 보여주었다. 그는 작곡가 자신이 그의 작품을 건축적으로 통일되게 할 목적으로 이러한 동기 발전을 통해 음악을 작곡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베토벤이 어떻게 작업했는가의 문제에서 쉔커와 레티가 둘 다 옳을 수는 없다. 또 실제로 그들은 그들 자신의 시대에 사로잡혀 베토벤 시대에 대해서는 관심을 덜 기울였다. 쉔커의 이론이 나왔던 시대는 비평 연구된 작품의 판본을 구축하고 걸작들을 정전으로 확정하는 것이 음악학의 중요한 주제였다. 조성이 자연이나 정신을 반영했는지 참고하여 이러한 위대한 작품들을 판단하는 기준을 설정하면 그것이 작품들의 유가치성을 확정하는 길이 된다. 반면 그 기준에 미달된 작품들은 배제된다. 이것은 공자의 견해와 비슷하지 않은가? 한편 레티의 이론은 고음악 시대의 작곡 이론들, 그리고 아놀드 쇤베르크의 자유로운 동기 발전 음악과 더 긴밀히 연결된다. 쉔커의 이론들은 베토벤과 다른 많은 작곡가들이 작곡을 위한 원칙으로 연구했었던 종별 대위법으로부터 발전시킨 것이기 때문에 역사적 근거를 갖는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악보에 근거한 분석이 과거 작곡 관습에 대해 보여줄 수 있는 정도는 분명히 한계가 있다.
비록 이들도 나름대로의 한계를 갖고 있지만 우리가 분석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다른 두 가지 중요한 방법이 더 있다. 하나는 그 당시의 이론적 저술과 비교하는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론적인 저술이 작품들을 작곡하는 것과 동시에 발달하는 경우는 드물다는 것이다. 이론이란 항상 이미 작곡된 음악에 근거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작곡가들은 주로 단호한 개인주의자들로서 이론을 쫓아가는 경우가 거의 없다. 따라서 두 번쨰로 작곡가들의 필사본을 분석하여 작곡과정을 조사해 보는 방법을 고려할 수 있다. 이것은 시간이 가면서 작품의 작곡이 어떻게 진행되었는지를 보여준다. 작곡가들은 한 작품에 대해 여러 가지 대안을 마련하는 경우가 있다. 이들을 비교하면 한 작품의 구조가 매우 다르게 결정되었을 수도 있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대부분의 경우 작곡과정을 추적할 수는 있는 필사본 자료가 없으며, 설사 있다고 해도 그것을 통해 최종 작품에 대해 알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
어떤 작곡가들은 그 자신이 이론가이기도 했다. 가장 대표적인 사람이 장 필립 라모이다. 19세기 후반 이후에는 많은 작곡가들이 자신의 작품을 설명하거나 분석했다. 그것을 통해 우리는 작곡가가 어떻게 자신의 작품을 보았는지, 또 그는 우리가 그것을 어떻게 보기를 원했는지 알 수 있다. 20세기에는 작곡 방식에 대해 광범위한 이론을 구축한 작곡가들도 있었다. 올리비에 메시앙이 그 한 예이다. 그는 자기가 사용한 다양한 모드를 서술하고, 그것이 자신에게 무엇을 의미하는바를 밝혔다. 이러한 저술은 다른 작곡가들도 자신의 작품에 대해 서술하도록 고무시켰을 수 있다. 하지만 메시앙 자신의 작품들이 그가 만든 이론에 의존하는 것은 아니다. 설사 그랬더라도 그것은 매우 제한적이었으므로 그의 이론은 그의 음악의 일부만을 설명할 수 있을 뿐이다. 이것은 거의 항상 그렇다. 뒤에서 더 설명하겠지만 쇤베르크 같은 특별한 경우조차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언제나 우리는 작곡가들 자신의 분석을 뛰어 넘어서 생각하는 것이 좋다. 근본적으로 우리의 분석은 작곡가, 연주자, 감상자, 또는 연구자로서의 우리의 활동을 위한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작곡가들이 자기 작품을 분석한 것을 얻을 수 있다고 해도 그들의 분석을 반드시 고려하지 않아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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